대학이나 전문대학에서 취득할 수 있는 국가자격증은 일반적으로 소정의 교과목의 이수 학점 수 또는 이수 여부에 따라 등급이 구분된다. 예컨대, 평생교육사의 경우, 대학·전문대학 또는 이와 같은 수준 이상의 학력을 인정할 수 있는 기관, 「학점인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평가인정을 받은 학습과정을 운영하는 교육훈련기관에서 관련 과목을 30학점 이상 이수하고 학위를 취득하면 평생교육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21학점 이상을 이수하고 학위를 받으면 평생교육사 3급의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다. 사회복지사의 경우에도 대학 또는 전문대학에서 사회복지학 전공과목과 사회복지 관련 교과목을 이수하고 졸업하면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한다. 이 두 자격증의 경우와는 달리, 같은 국가자격증임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지도사는 양성기관에 따라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의 등급에 차별을 둔다.
「청소년기본법 시행령」 ‘청소년지도사 자격검정 등급별 응시자격 기준’에 의하면, “대학 졸업(예정)자 또는 이와 같은 수준 이상의 학력이 있는 사람으로서 2급 청소년지도사 자격검정에 필요한 과목 모두를 전공과목으로 이수한 사람”은 청소년지도사 2급을 취득하고, “전문대학 졸업 또는 이와 같은 수준 이상의 학력이 있는 사람으로서 3급 청소년지도사 자격검정에 필요한 과목 모두를 전공과목으로 이수한 사람”은 청소년지도사 3급을 취득한다. 청소년지도사 양성기관에 따라 자격증 등급에 차별을 두어 대학은 2급, 전문대학은 3급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3급 과정의 교과목에 ‘청소년복지’ 한 과목만 더 이수하면 2급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데, 이 한 과목 때문에 전문대학에서는 2급 자격증을 취득할 수 없다. 이 과목을 이수하기 위해서 청소년지도사를 양성하는 대학에 편입하거나 전문대학 심화과정에 진학함으로써 시간적·경제적 비용을 지불하기도 한다. 청소년지도사는 2, 3급 공히 소정의 교과목을 이수하고, 면접시험에 합격한 자에 한하여 3박 4일(30시간) 동안 비용을 부담하고 자격연수를 받는다. 타 자격증 취득 과정에 비해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드는 것도 문제다. 대학과 전문대학에서 취득할 수 있는 청소년지도사 자격증의 등급을 차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혹자는 ‘교육’이나 ‘지도’와 관련된 분야이므로 전문대학 졸업(예장)자에게 청소년지도사 2급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합당하지 못하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평생교육사는 평생교육의 기획·진행·분석·평가 및 교수업무를 수행하는 평생교육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전문대학에서도 평생교육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더구나 청소년 육성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평생교육이나 사회복지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의 직무 수행능력이 요구된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여 활동해야 하는 평생교육사, 복지와 관련한 광범위한 분야를 다루는 사회복지사가 더 높은 수준의 직무 역량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 랜들 콜린스(Randall Collins)는 교육의 지위집단론(status group)을 제시한 바 있다. 그에 의하면, 교육은 내부 구성원들에게는 정체성을 부여하고, 외부인들에게는 걸림돌이 됨으로써 지위문화를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다시 말하면, 특정 지위집단이 그들의 특권적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교육적 요구를 상승시킨다는 것이다. 학력에 따라 자격증의 등급을 제한하는 것은 특정 집단이 자신의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하여 타 집단의 진입을 막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일종의 특정 지위집단의 텃세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에게는 높은 등급의 자격을 부여하고, 전문대학을 졸업한 사람에게는 낮은 등급의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특정 지위집단의 아성(牙城)을 쌓으려는 조치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양성기관에 따라 차별을 두는 청소년지도사의 자격증 취득 시스템은 개선되어야 한다. 국가자격증 취득과 관련하여 이와 유사한 또 다른 사각지대(死角地帶)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0년 6월 29일에 일부 국회의원이 제안한 「차별금지법(안)」에는 학력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앞으로 관련 부처는 국가자격증의 양성과정을 세밀히 살펴서 차별금지의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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