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나니 또다시 코로나 걱정이다. 한창인 나이에 집안에 갇혀 있다시피 한 아이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얼마 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사교육비가 오랜만에 감소했다는 보도를 보았는데 사실은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20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학원·교습소 등이 제대로 영업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고교 사교육비는 오히려 늘어났다고 한다.
지난해 3~5월, 7~9월 6개월 동안 초·중·고 학급 3000여 개를 조사해보니 전체 초·중·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19년 32만2000원에서 지난해 28만9000원으로 감소했으나 초등 사교육과 중학생 사교육은 줄어든 반면, 고교생은 36만7000원에서 38만8000원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사교육 참여 학생만 추려 조사해보니 사교육비는 전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물론 사교육 격차도 여전했는데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사교육비 격차는 5.1배 수준이었다고 한다.
한편 올해 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초중고 학생을 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생각함' 설문 조사에서는 코로나 사태 이후 교육 격차가 심해졌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의 80%를 차지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중·고교 사교육 수요가 줄지 않거나 도리어 늘어난 것은 학교 원격수업에 대한 불만과 교육 격차에 대한 불안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로나 사태가 개선되지 않는 한 교육 불평등의 문제가 계속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코로나19의 확산사태는 부익부 빈익빈을 더욱 심화시켰다.
과거 박정희 정권은 심각한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68년 중학입시의 무시험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1974년 고교 평준화 정책을 내놓았고 1980년 전두환 정권은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과외를 전면금지하였다. 교육 불평등 문제는 박정희 정권 이래 거의 모든 정부가 관심을 두고 이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정책을 수립해왔던 사회적 문제로서 지난 정부 교육 정책의 주요 목표이자 하나의 방향성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특히 코로나 사태에 직면한 이번 정권에서는 특히 중점을 두어 시행되어야 할 부문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번 정부 들어서도 교육 불평등에 대한 불안감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사교육 열풍은 더욱 심해졌다.
4월 8일 현재 코로나19 국제통계를 보면 한국은 신규 확진자 700명으로 세계에서 76번째로 신규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였고 4월 7일에도 신규 확진자 668명으로 역시 세계에서 76번째이다. 그런데도 인구 100만 명당 검사율은 4월 8일 현재 121위에 그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세계 최하위권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7개 나라 중에서도 35번째다.
게다가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의 가능성과 백신 접종의 안전성 논란 등 여전히 ‘불확실성’의 요소들이 남아있는 위기 상황이라는 점에서 당장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교육 불평등의 완화를 꿈꿀 수 있는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미래는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우리의 코로나19 대비는 매우 잘못되어 있다. 모두 어른들의 잘못이다.
사실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대면학습을 강화하기도 어렵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들어 학생들의 대면학습을 강화하였는데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3~4월 코로나19 확진자의 감염 경로를 분석한 결과 교내 감염은 11.8%였고 이는 지난해 교내 전파는 7.9%였던 것에 비해 감염률이 많이 증가하였다는 결과를 가져왔을 뿐이다. 서울시교육청의 등교 확대로 인해 지역사회 감염이 교내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선생님을 원망하기도 어렵다. 원격수업으로 인해 늘어난 업무로 누구보다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들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라 해서 짜증이 없으랴. 아이들은 때로는 인터넷 접속 불량, 컴퓨터 오작동 등 실시간 온라인 수업에의 참여시 생길 수 있는 온갖 것들로 인해 일부지만 교사들의 짜증을 감수해야 하고 이를 지켜보는 학부모의 마음도 편치는 않다.
중3 학생과 고3 학생은 변함없이 고등학교 입시와 대입을 치러야 한다. 모집 요강도 변함없고 소위 특목고나 자사고 스카이대학 등 명문대들의 모집 요강은 무척이나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짜여 있다. 사실 명문대 나왔다고 해서 그 학생이 인재라고 볼 수는 없다. 사람이란 수많은 발달과제가 주어지고 그것들을 평생에 거쳐 해결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모집 요강을 가지고 우수 인재를 정확하게 선발하겠다는 생각은 오만이다.
입시는 예정대로 치러질 전망이다. 사교육을 받은 학생, 부유한 가정의 학생에게 유리한 입시환경은 코로나 9라는 악재를 만나 더욱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불공정하다. 이 불공정의 고리가 언제일지 모르지만 끊어지는 순간이 올 수는 있을까? 코로나19사태를 떠나 사교육을 잡고 학교를 정상화할 방법이 정말 없을까? 국민투표를 해서 소위 명문대학교를 없애든가 그게 그렇게 어렵다면 생존 가능한 대학의 시설을 국비로 확충하고 고등학교가 각 대학에 학생을 무작위 추첨하여 그대로 할당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 아무런 잘못이 없는 아이들이 황금 같은 어린 시절을 행복하게 살도록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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