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영원한 고전 <논어> 속의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어느 날 공자의 제자 중의 한 사람인 염구가 스승에게 말했다. “저는 스승님의 도(道)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향해 나아가기에는 힘이 딸립니다(非不熱者之道, 力不足也)”하고 말하자 공자는 “힘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자는 대부분 중도에 포기하는 자인데, 지금 너는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긋고 있는 것이다(力不足者 中道而廢, 金女 畫)”라고 말했다.
고전 연구자들에 의하면 염구는 당시 학생으로서 성실하지도 자질도 그리 뛰어나지 않은 제자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염구가 공자가 정말 아끼던 애제자였다면 아마도 “지금 잠시 그럴 수도 있지”라고 격려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덧붙여 “그러나 너는 인성이 좋고 학문에 자질이 있으니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하고 잘 할 수 있을 거야”라고 응원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호학의 스승 공자는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면 공자는 역부족이라는 염구에게 왜 힘이 되는 격려를 하지 않았을까? 그것은 이미 염구의 자질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야기를 해줘도 그는 바뀌지 않을 것이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스승은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왜냐면 제자는 핑계를 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염구는 의지가 없어 안 하는 것을 힘이 없어서 못한다고 자기기만(自己欺瞞)을 한 것이었다. 이는 그 뒤에 이어진 스승의 말 “만일 입이 고기를 좋아하듯이 도를 좋아했다면 네가 안 할 리가 없다”는 말에서 알 수 있다. 공자는 이렇게 잔인한 팩폭(팩트 폭력)과 일갈을 일삼는 인간적인 스승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의 특성 중 고집불통을 소환하지 않을 수 없다. 공자는 아마 제자에게 “배우면 고집불통이 되지 않는다(學則不固)”를 가르치려 했을 것이다. 왜냐면 배운다는 것은 고집불통 즉, 자기만의 생각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배움에 자질이 없는 사람은 바로 고집불통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또 다른 동양의 고전 주역(周易)의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라는 말과 맥락을 같이함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인생은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상황이 궁해지면 변해야 한다. 하지만 변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즉, 아무나 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은 상황에 맞게 변할 수 있다. 그런데 배움의 의지가 없는 사람은 변하지 않고 바로 고집불통으로 남아 있다. 이는 누구나 자신의 입장을 성찰해 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우리의 삶의 단면이다.
학생은 비록 어린 나이지만 힘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실행할 힘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부족한 것은 의지(意志)다. 의지란 무엇인가? 바로 ‘어떠한 일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다. 이를 서양에서는 영어로 ‘will’, ‘volition’이라 한다. 우리가 공부를 말할 때 역부족이라는 말은 가급적 쓰지 않도록 하자. 특히 학생에겐 이를 철저히 가르치자. 습관상 무의식적으로 그럴지는 모르나 이는 부끄러운 일이다.
다시금 공부를 말하면서 쉽게 역부족이라고 말하지 말자. 의지가 없는 것일 뿐이다. 그것은 잘못이 아니다. 자기기만에 빠져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것이다. 그럴 때는 좋아하는 것을 찾자. 그것이 공부하는 것이라면 이는 결코 밑지는 투자가 아니다. 평생학습의 시대를 살아갈 우리에게 공부는 피할 수 없다. 그러니 피할 수 없는 것은 차라리 즐기는 것이 세상을 사는 현명한 지혜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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