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에 따라 교육부가 교과서 내용을 수정하다가 그 과정에서 소속 직원들이 불법까지 자행한 과정이 드러났다.
대전지법 형사5단독 박준범 부장판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교육부 전 과장급 직원 A 씨와 교육연구사 B 씨에게 각각 징역 8월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이들은 2017년 9월경 교육부에서 교과서 업무를 담당할 당시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교과서 내용 중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꾸는 등 집필자 동의 없이 교과서 231곳을 수정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특히, 이들에 대한 판결문에는 정권에 따라 뒤바뀐 교과서 내용에 대한 부분도 적시됐다.
교육부는 2009년도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집필된 초등 6학년 1학기 교과서 내용 중 1948년 8월 15일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 수립’ 표현을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대한민국 수립’으로 수정했다.
이후 2017년 3월경 해당 교과서가 보급됐을 당시 일부 언론으로부터 ‘박근혜 정부의 건국절 사관을 반영한 것’이라는 비판 등이 제기되자 이때에도 교과서 업무를 보던 A 씨는 해명자료를 작성해 배포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죄로 A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B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한 대전지법 형사5단독 박준범 판사는 "집필 책임자를 배제한 채 교과서 수정을 주도적으로 진행했는데도 마치 집필자 측에서 수정 후 발행 승인을 청한 것처럼 외관을 꾸몄다"며 "도의적으로도 정당성을 받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2009 교육과정 성취기준에 맞추려 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새 행정부 출범 후 약 4개월 만에 느닷없이 기존 입장을 바꾼 점을 볼 때 동기의 순수성이 의심스럽다"고 일축했다.
교육부는 A 전 과장과 선 긋기에 나선 모양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정교과서 수정 권한이나 절차가 미비할 때 벌어진 일이다"라며 "형사 판결에 대한 항소 등은 개인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윗선 개입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검찰은 교육부 과장급 직원 이하로 기소 범위를 좁혔지만 재판부는 윗선 개입에 대한 여지를 열어뒀다. 재판부는 양형이유를 설명하며 "피고인들은 교육부의 중간 관리자 내지 실무자로서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자는 아닌 점은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한다"고 했다.
한편, A 씨와 B 씨는 지난달 26일 대전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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