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부 명지전문대 명예교수
시인·교육학박사
코로나19에 관한 세계적인 관심사가 된 지가 벌써 1년이 넘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 행한 대책이라고는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 모임 자제 등이 대응의 전부라 할 수 있다. 다른 나라는 백신을 구입하여 국민에게 접종하고 있다. 옥스퍼드대학의 자료를 인용한 KBS의 보도에 따르면, 이달 11일 기준으로 전 세계 누적 접종자 수는 42개국, 2,384만 명이다. 절대적인 접종자 수로는 중국이 900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미국(669만 명)·이스라엘(181만 명)·영국(132만 명) 등의 순이다. 인구 100명당 접종자 수로는 이스라엘이 20.93%로 가장 높다고 한다. 우리로서는 이미 백신을 맞고 있는 다른 나라가 부러울 뿐이다.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되어야 최소한의 일상생활이라도 할 수 있을 텐데 모든 국민이 코로나 공포로 표정이 밝지 않다. 코로나는 모든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쳐 삶의 질을 떨어트리고 있다.
교육에 있어서도 코로나19의 여파는 자못 크다. 학생들은 등교하는 날보다 비대면 강의로 재택학습을 하는 날이 많아졌다. 등교해야 할 시간에 거리를 돌아다니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비대면 강의는 자기주도학습능력이 있는 학생들에게 유효하다. 자기주도학습능력이 있는 학생은 대면·비대면과 관계없이 자율적으로 잘 수행할 수 있다. 오히려 그러한 학생에게는 비대면 강의가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의 감독이나 지도 없이 혼자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학생은 비대면 강의를 통하여 반복학습을 할 수 있으므로 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감독이나 지도가 필요한 수동적 학습자들은 온라인 수업을 적절히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효과적인 학습을 할 수 없다.
온라인 수업을 할 경우 더 큰 문제는 교사 또는 동료 학생들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교육은 강의가 전부는 아니다. 교육의 전부가 강의라고 생각한다면 교수자가 강의 준비만 철저히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교육은 구성원들간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학생들은 학교에 출석함으로써 정규 교과목을 공부하는 것 못지않게 많은 것을 배운다. 교사로부터 받는 생활지도도 중요하고, 동아리 활동, 친구의 행동·학습태도는 물론 친구와의 대화, 협동학습 등을 통하여 배우는 것이 많다. 이것은 학생이 정규 교과목을 통해서 배울 수 없는 것이다. 정규 교과목에 의한 학습활동을 명시적 교육과정(explicit curriculum)이라고 한다면, 정규 교과목 이외에서의 학습활동을 잠재적 교육과정(hidden curriculum)이라 한다. 옛말에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라는 말은 잠재적 교육과정의 중요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에는 반드시 나의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 있으니, 좋은 점은 본받고 나쁜 점은 살펴 스스로 고쳐야 한다.”라는 공자의 말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코로나로 인하여 등교하지 않고 비대면 재택학습을 하는 것은 너그럽게 봐서 교육의 반은 건졌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많은 것을 잃었다. 처음에는 모두가 경황이 없었다. 심지어 법에 근거를 두지 않는 온라인 강의가 이루어졌다. 온라인 수업을 하는 것이 ‘법률주의에 근거를 두고 있는가?’라는 필자의 지적(<교수신문> 2020. 6. 8일자)에 대해 국회는 2020년 10월 20일 「고등교육법」 제22조제1항과 「초·중등교육법」 제24조제3항을 개정하여 비대면 수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한 학기 이상을 법률에 근거를 두지 않은 불법적 온라인 수업이 이루어진 셈이다.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기회가 박탈되는 잠재적 교육과정의 문제는 또 다른 불씨로 남아 있다. 이것은 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잠재적 교육과정은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잠재적 교육과정의 중요성이 간과된다면 초·중·고등학교나 대학이 존재할 이유가 적어진다. 대학 캠퍼스가 광활한 것은 호연지기(浩然之氣)를 키우기 위함이다. 초·중·고등학교 시절 친구가 중요한 것은 서로에게서 배우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했으나 코로나로 인하여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등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지난 1년간 진행된 비대면 수업은 상호작용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잠재적 교육과정을 간과했다. 학교는 학생들이 등교할 때 의미가 있다. 질병 확산에 대한 대응은 폐쇄와 거리 두기 같은 소극적 방식이 아니라, 의료적 처치로 질병을 퇴치할 방법을 모색해야 할 단계다. 지금처럼 소극적 대응 방식이 장기화될 때 사회의 모든 부분이 침체하고 인간의 마음도 피폐된다. 어디서 몇 명이 확진됐다는 발표가 아니라, 백신 접종 및 항체 보유 현황 등 의료적 처치의 결과를 알려주어 코로나가 종식될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고대한다. 이리하여 새학기에는 학교가 정상화되어 잠재적 교육과정이 활성화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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