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은 세금이 많이 걷히면 늘어나고, 적게 걷히면 줄어드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이렇다 보니 경제 상황에 따라 교부금 액수가 매년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에 교육당국은 안정적인 재정 운영을 위해 지난 2018년부터 ‘교육재정 안정화 기금 만들기’를 시작했지만, 당장 올해부터 교부금이 깎이면서 유명무실해질 위기에 처했다.
심지어 각 지자체에 따르면 제도만 있을 뿐 아직 기금을 적립하지 못한 교육청이 상당수라고 한다.
교육당국이 국회로 제출한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따르면, 교부금은 53조 5천 112억원이다. 이 정부안은 올해 4월에 처리된 2회 추경보다 2조 1천 145억원(3.8%) 감액된 규모다. 작년 교부금과 견주면 7조 193억원(11.6%) 줄어든 수치다. 작년 교부금은 예산상으로는 55조 2천 488억원이지만, 세계잉여금 정산을 포함한 실제 규모는 60조 5,305억원이다.
감액 추경은 2009년 제1회 추경 이후 11년 만이다. 세수가 줄어드는 때에는 두 가지 접근이 있다. 그 해 추경에 반영(감액 추경)하거나 2년 뒤 본예산에서 정산한다. 그동안은 주로 후자였다. 2015년 교부금이 대표적인 사례다.
관건은 충격 완화나 분산이다. 감액 추경은 이미 편성한 예산과 사업계획을 지금 줄여야 하는 부담이 있다. 2년 뒤 정산은 지금만 아닐 뿐 그 때 가서 충격이 온다. 어느 것이 적절한지는 충격의 강도와 추이, 재정여력, 당국의 대비 정도 등에 달려 있다.
교육청을 비롯한 지자체는 당장 다음 추경에서 교부금을 감액한 예산안을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보류중인 국내·외 연수, 각종 행사의 경우 우선 대상이며, 석면공사 등 학교 시설개선 사업, 기초학력보장 지원 사업, 직업계고 환경 개선 사업 등에서 예산을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가 지금까지 내놓고 있는 정책 방향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이 비중을 많이 차지하면서 학교 공간 조성 및 석면공사의 경우 예산안 제외 우선순위에 들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교육부가 그동안 공들여 추진하고 있는 ‘창의적 학교 공간 구축 사업’ 등을 떠올려보면 앞뒤가 다른 정부의 태도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이는 그저 단편적인 예에 불과하다.
직업계고의 환경 개선의 경우 최근 기능대회 운영 방식에 관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불거지면서 학생들의 학습권·안전보건을 강화하기 위해 실습 환경을 개선하고, 지원규모를 확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교부금은 올해 분야별 총 재원 배분과 비교해 봤을 때 액수로도, 비율로도 교육 예산이 가장 많이 깎였는데, 도대체 어떻게 규모를 확대한다는 것인가.
교육당국은 매번 말뿐이며, 당장에 불거진 사건·사고의 피해자들은 단순히 위로하기 위해 개선을 외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학교 현장은 정부를 믿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참고: 정의당정책위원회 보도자료 '교육교부금 7조 193억원(11.6%) 줄어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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