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철 전북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 교사
교사와 학생 모두 원격수업은 처음이다.
2020년 4월 9일 중·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사상 초유 온라인 개학을 통한 원격수업이 시작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많은 문제점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교육은 큰 변화의 과정을 지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원격수업은 많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학부모, 교사, 학생 모두 처음 시도해보는 원격수업에 대한 고민과 걱정뿐이다. 출결과 평가, 기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와 교사와 학생 간 이해 없이 진행되는 원격수업이 과연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다.
교육부에서는 체계적인 원격수업을 위한 운영 기준안과 출결, 평가, 기록, 실천 수칙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으며 각 학교에서도 학교별 원격수업을 위한 여건 조성과 연수 및 세미나를 진행하며 분주한 모습이다. 교사는 다양한 콘텐츠 운영 형태를 배우고 원격수업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구에 수업을 맞추지 말고 자신의 수업이 돋보일 수 있는 도구를 다양하게 활용하자.
원격수업에 대한 기대와 우려 속에 교사들은 다양한 원격수업의 형태를 찾아 자신의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은 소통과 친밀감을 중심으로 토론과 질의응답 등의 수업에 효율적이며 과제 수행 중심 수업은 학생의 자기주도적인 학습 과제 내용 확인을 바탕으로 개별적인 피드백 교환에 장점이 있다.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 중 강의형은 강의를 기본으로 하는 개념이해와 지식전달에 효율적이며 강의·활동형은 지식 전달 후 댓글, 원격 토론 등 구체적인 학생 활동 시 효율적이다.
교사는 자신의 교과를 중심으로 수업 내용과 방법에 맞추어 자신의 수업이 돋보일 수 있는 플랫폼을 유연하게 선택하고 다양하게 활용해봄으로써 원격수업의 전문성을 함양할 수 있다. 이러한 원격수업의 과정은 교사들로 하여금 실천적 지식의 재정립을 통한 자기성장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슬기로운 원격수업을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사실 원격수업은 일정한 틀 안에서 운영되다 보니 그만큼 준비 과정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잘 준비된 수업 틀 안에서 다양한 교육이 운영될 수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교사는 원격수업 시 학생 스스로 수업에 자기주도적으로 참가하면서 자율적으로 수업 진도에 따라올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하고 조직해야 한다. 원격수업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통해 다양한 수업 패러다임이 생길 수 있으며 기존 교수·학습 방법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어쩌면 시대적 요구에 따르는 미래 교육을 위한 준비 과정일 수 있다.
언젠가 코로나19 사태는 끝이 나겠지만 지금의 원격수업이 의미 없는 활동으로 그쳐선 안 된다. 수업 콘텐츠 제작에서부터 수업 운영까지 원격수업에서 비롯된 지금의 수많은 시행착오가 헛되지 않고 가치 있는 노력의 경험으로 축적될 것이다. 우리는 원격수업을 준비하고 실천했던 지금의 모습에서 원격수업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재정립하며 미래 교육을 위한 초석을 다질 수 있다. 원격수업을 통해 교실수업과 원격수업이 협업하는 융합 수업, 빅데이터와 데이터마이닝 기술을 통한 개인별 맞춤형 수업, 기존 전자기기들을 뛰어넘는 첨단 장비를 활용한 수업 등 다양한 미래형 수업 형태가 등장하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역량을 배우고 성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정통적인 교실수업이 중심이 되는 원격수업의 지원과 협력이다. 원격수업은 정통수업의 하나의 대안적인 수업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의 원격수업이 시대적 요구와 다양성을 추구하는 미래 교육을 위한 하나의 단초가 되길 기대하며 교육현장에 교육적 의미를 가진 안정적인 수업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 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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