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6일 개학도 불투명한 상황 가운데 ‘9월 신학기제’를 비롯한 여러 가지 교육 현안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이참에 바꾸자!”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문제은행식 수능, 수능 2-4회 실시 등 대입 관련 현안에 관해서는 더욱 그렇다. 4월 개학이라는 사상초유의 사태에서도 교육부가 ‘대입 일정 9가지 대안’을 꽁꽁 감춰두고 있으며, 그 공백의 자리에 여러 목소리가 끼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패턴은 작년에도 본 적이 있다. 조국 전 장관 자녀들의 입시 비리에 연루되면서 세간이 시끄러웠을 때에도 대입제도를 “전면 검토”하자는 제안이 속출했다. 조국 자녀가 입시를 치르던 해와 작년은 이미 10년이나 차이가 났으며, 대입 제도도 꽤 바뀌어 있을 때였는데 말이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이다. 1년 단위로 바뀌는 교육제도 탓에 학생들은 혼란스럽고, 사교육은 늘어가며, 교사들의 위상은 하락하고 있다. 당장 눈앞의 문제점을 없애버리기 위해 ‘일단 바꾸고 보자’는 식의 목소리는 여론에 편승하여 한 마디 거드는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그 현안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뚜렷한 계획과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서는 알맞은 시기를 헤아려 제안해 볼 수는 있겠지만, 현재까지 교육부의 대책을 보고 있자면 혁신의 여력이 없어 보인다.
특히 지난 21일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SNS를 통해 ‘9월 신학기제’를 검토해볼 만한 때라고 말하면서 “코로나19로 개학이 더 늦어진다면 이참에 9월 신학기제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긴 여름방학 동안 새학년을 위한 충분한 준비시간도 가지고 지금처럼 애매한 2월 봄방학 문제도 해결하고 다른 선진국과 학기가 일치되니 교류하거나 유학을 준비하기도 당연히 좋아진다”고 전해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이에 교총은 지난 23일, “취학 연령을 6개월 앞당길 경우, 신입생 숫자가 대폭 증가해 교사, 교실 등의 대대적 확충이 필요하고,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된다. 신입생이 급증한 해당 학년 학생들은 이후 진학, 입시, 채용 등에 있어서 경쟁이 심화되는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며 철저한 검증으로 신중하고 전문적인 논의를 거쳐야할 사안이라고 입장을 발표했다.
물론 ‘9월 신학기제’는 꾸준히 제기되어 온 현안 사항이며, 대부분의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여러 정부에 걸쳐 검토해 온 것도 사실이다. 김 지사가 제안한 ‘9월 신학기제’의 장점을 설명한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설득력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의 시기가 ‘알맞은 시기’는 아닌 것 같다. 또한 ‘9월 신학기제’가 정말 학생들에게 유리한 제도라고 생각한다면, 이 절체절명의 시기를 안전하게 마무리 지은 뒤 그간의 대응과 대책을 복기하며 ‘그럴듯한’ 설득력이 아닌 확실하고 건설적인 현안을 가지고 공론화하여, 발언에 책임감을 보이기를 기대한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전화위복은 찰나의 아이디어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교육 현안에 대해서는 더욱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현재 우리가 두 눈으로 확인하여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또한 교육은 정치의 도구가 아니며, 학생과 교사도 정치의 도구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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