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교감
최근에 ‘미래교육 2030, 더 나은 삶을 함께 만들어 갑니다’라는 주제로 ‘한-OECD 국제교육컨퍼런스’가 국내에서 개최되었다. 4차 산업혁명, 인구절벽, 저성장 시대, 초연결사회 등 시대 격변기를 맞이해 한국의 미래교육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2030년 전후 10년을 아우르는 대한민국 미래교육의 방향과 과제에 대한 구상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함께 서로 공유하고 토론함으로써 이번 행사가 우리 교육에 던지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고 본다.
금번 행사의 주제 가운데 하나가 학생 웰빙이었다. OECD는 학생 웰빙을 ‘학생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심리적, 인지적, 사회적, 신체적 활동 상태 및 능력’으로 정의하고, 학생들의 개인·학교·학교 밖에서 삶의 만족도 향상을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학생들의 삶의 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없다. 학생들이 성적경쟁에 눌려 희망이 아닌 좌절의 교육에 허덕이고 있어도 성공을 위해 인내하라는 고통의 교육만을 강요해 왔다.
우리가 웰빙이란 말에 주목을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는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삶의 유형이나 문화를 통틀어 일컫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웰빙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이후의 일이다. 이전에도 다양한 형태로 육체적·정신적 삶의 유기적 조화를 추구하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이러한 움직임이나 삶의 문화가 포괄적 의미로서 웰빙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은 20년도 채 안되었다. 한국에서는 2003년 이후 웰빙(문화)이 확산되어 웰빙족을 겨냥한 의류·건강·여행 등 각종 상품에 이어 잡지까지 등장하고, 인터넷에도 많은 웰빙 관련 사이트가 나타났다. 그리하여 요즘 웰빙은 ‘복지·행복·안녕’을 뜻하는 말로 정착이 되었다.
그런데 이 좋은 이름의 웰빙이 한국의 학생들에게는 그리 친숙하지 못하다. 한국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이 증거이다. 그 이유는 교육과 사회의 연결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 교육의 고질적인 문제인 대학서열화와 대학학벌체제는 초·중등교육을 대학입시 교육경쟁으로 몰아가는 비정상성, 사교육 팽창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교육 외적 요인인 학벌 중심의 고용구조 문제와 직결돼 있다. 이러한 교육적·사회적 구조 속에서 학생들이 성적의 기계로 전락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개인 간 성적경쟁 심화는 학습 결과의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킨다. 이는 경제적 양극화로 이어져 결국에는 개인의 삶의 질에 부정적 영향은 물론 사회적 균열을 촉발하는 주요 요인이 된다.
이제 OECD가 학생 웰빙을 강조하는 이유를 직시하자. 미래사회는 4차 산업혁명의 특성상 협력 및 연결성이 강한 초연결사회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는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개인의 능력과 더불어 협력적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다원적 능력이 핵심적인 사회이다. 따라서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은 미래사회를 대비해 성적경쟁이 아닌 스스로 사고하고 결정할 수 있으며, 함께 배우고 협력하면서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필자는 학생의 학습과 삶의 질의 균형성장이라는 의미로 학생의 웰빙을 해석하고자 한다. 즉, 학생들이 지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심미적·정의적·사회적 영역 등 삶의 전반적인 요소까지 고르게 성장하는 것 말이다. 따라서 학생 개개인을 배제하지 않고 서로 협력하면서 모든 사람이 골고루 잘 사는 사회를 구현하는 것, 이것이 학교 교육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이고 목적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교육은 새로운 인재상, 학력관, 소외계층 학생들을 위한 교육안전망 구축, 경쟁이 아닌 협력에 기초한 학교 교육 재구조화 등을 이루어 새로운 성장 잠재력을 구축해야 한다. 이것이 학생 웰빙을 추구하는 우리 교육의 시대적인 과제이다.
.gif)
.jpg)
.jpg){kind=small}
.jpg)
.jpg)
.jpg)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