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교감
모든 것이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세상이다. 삶의 주체적인 인물이 자기이기에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다. 성경에서도 “남한테 대접받고 싶으면 대접받고 싶은대로 상대를 대접하라”고 했다. 이는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사회에서 인간관계의 원리처럼 누구도 저항 없이 받아들였다. 또한 그렇게 사는 것이 종교적 삶을 초월하여 건강한 삶으로 승화될 수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서 이를 ‘황금률’이라 지칭하지 않는가.
황금률이란 말은 이미 우리 사회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이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목적을 기반에 둔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즉, 내가 싫으면 상대방도 싫을 것이고, 내가 좋으면 상대방도 좋을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칭찬 받기를 원하면 남을 칭찬하고, 내가 비난받기 싫으면 다른 사람을 비난하지 말 것이며, 내가 존중받기를 원하면 타인도 존중하라는 것이다. 그 결과는? 소위 “Me, first”가 우선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자기위주와 자기만족을 최우선으로 여기다보니 배려와 양보를 찾아보기 어려운 세상이 되어 버렸다. 이런 이기심은 사람들과 관계의 폭을 좁힐 뿐만 아니라 지속성을 갖지 못한다. 자기 수준이나 성향, 또는 자기입장에서 남을 대하게 되면 가족관계조차도 파괴되고 만다는 이면의 그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인간관계의 관점을 나에서 상대에게로 중심축을 이동하면 어떻게 될까? 토니 알레산드라가 저술한 『백금률』은 1996년 미국에서 출간되어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이는 세계 최고의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 가장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이기도 하다. 주로 사람과의 관계를 다루는 내용들로 구성된 이 책은 인간 경영에 대한 최고의 명작으로 불린다. 필자는 최근에 이 책에 다시금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학교교육에서 학생들의 인성교육 차원에서 그 의미를 탐구하고 적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백금률은 상대가 원하는 것을 파악해서 상대를 대접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 중심으로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상대방의 수준이나 감정, 성향, 욕구에 나를 맞추어 주는 것이다. 백금률은 사람마다 욕구와 성향이 다르고, 관점이 다르며, 입맛과 취미, 가치관도 이상도 모두 다르다는 전제하에 상대가 원하는 것을 우선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그 때의 기분이나 감정도 배려한다. 이른바 “You, first” 사상으로 영국의 젠틀맨 교육과 유사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든 인간관계가 좋아지게 되고 공감능력이 상향될 수 있다.
산다는 것은 사람을 만나는 일들의 연속이다. 살면서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좌우된다. 스티븐 스코트는 “혼자 힘으로 백만장자가 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주위와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아야만 가능하다”고 했다. 현대사회에서 좋은 관계를 통해 형성된 사람들과의 유대 관계는 삶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척도로 작용하고 있다. 왜냐하면 인간관계에서 실패한 사람은 어디서도 성공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요즘 학교현장은 사이버 폭력으로 인한 학교폭력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날로 각박해져가는 세상에서 SNS의 발달이 오히려 인간관계를 더욱 더 고립되고 유리시킨다. 그래서 저마다 객체로 살아가는 이 시대에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이 백금률의 이론을 깊이 주지시킬 만하다. ‘인간관계의 성공과 실패는 나의 입장에서 시작하면 실패하고, 상대 입장에서 시작하면 성공한다’라는 말을 학생 인성교육의 근간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타인은 지옥이 아닌 나의 성장과 발전에 함께 가야 할 동반자임을 부각시키는 민주시민교육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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