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의 한 도덕교사가 ‘성과 윤리’ 수업시간에 여성단체에서 추천한 영화를 교육자료로 학생들에게 보여줬다가 직위해제되는 일이 일어났다. 해당 영화는 남녀의 고정적인 성 역할을 뒤집은 내용으로 성불평등을 다룬 11분짜리 프랑스 단편영화다.
해당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지난해와 올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접수했고, 전수조사 결과 학생들은 영화 내용이 선정적이고 부적절했으며, 해당 교사가 평소에도 위안부, 이성 교제 관련 발언 등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교육청은 해당 교사를 수업 배제 시켰으며, 이를 거부하자 직위해제 처분을 내렸다.
해당 교사는 도덕 교과서의 성윤리와 양성평등 단원의 집필자이며, 성평등과 학생인권, 민주시민교육에 공로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당 교사는 자신의 SNS에 “충분한 소명 절차도 없이 교육과정의 문제를 난데없이 ‘성비위’로 단정짓고 민원이라는 이유로 수업을 배제시키고 수사 의뢰하고, 직위를 해제하는 건 상식적으로 부당하다. 명백한 교권침해”라고 시교육청에 사과를 요구했다.
영화가 선정적이었다는 점에서 잘못을 지적할 수는 있다. 하지만 교사는 수업 시간에 교육 목적으로 학생들에게 보여줬다. 이를 명확하게 확인하지 않고 절차만을 내세워 해당 교사를 직위해제한 시교육청도 조금은 섣부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문제는 성교육에 대한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점에 무게를 두어야 할 것 같다. 지난 6월 교육부 성교육 표준안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내용을 담고 있어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해당 표준안은 2015년 개정된 것으로 ‘여성의 바른 옷차림은 치마’,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여성은 외모를, 남성은 경제력을 높여야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누가 봐도 이게 표준안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부분이다. 명확한 성교육 기준과 교육자료가 마련되어 있었다면 해당교사가 굳이 선정적인 영화를 보여줄 일이 있었을까?
최근 초등학생 단체대화방에서 음란물이 공유되거나, 여학생에게 신체일부를 찍어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등 디지털 성범죄가 초등학교까지 퍼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현실을 막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교육부가 나서서 시대에 맞게 성교육 표준안을 개편하는 것이 순서다. 교육을 통해 올바른 성윤리와 성의식을 심어줄 수 있으며, 교육은 교사와 학교로부터 이뤄지고, 그 교육의 기준을 마련하는 곳은 교육청과 교육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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