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경미한 학교폭력 사건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교육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학교폭력 대응절차 개선방안에 따르면 9단계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 가운데 1~3단계에 해당되는 사안은 학생부 기재를 유보한다는 것이다.
서면사과와 접촉·협박·보복금지, 교내봉사 등으로 갈음할 수 있는 것들이다. 말하자면 쌍방이 양해하고 화해하면 될 정도로 가벼운 것이라 할 수 있다. 아직 사리분별 능력이 떨어지고 기분에 따라 좌우되기 쉬운 연령대에 발생하기 쉬운 사건들인 것이다.
상당히 합리적이고 교육적으로도 의미있는 조치라고 하겠다. 어린 학생들이 잠깐의 실수로 저지른 사건을 굳이 학생부에 기록해서 두고두고 멍에가 되게 하는 것은 분명히 지나친 일이다. 가해자가 악의를 갖고 저질렀다고 보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을 것이다.
설사 다소 악의가 있었더라도 학교와 교사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선도가 가능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한 때의 실수로 가해자가 됐을지라도 선량한 학생으로 돌아가는 것이 결코 드문 일은 아닐 것이다.
반면에 한 번 주홍글씨가 새겨지면 훗날 개심의 여지조차 없애버릴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주홍글씨는 되도록 삼가는 것이 마땅하다.
여기에 나름의 조건은 붙었다. 가해 학생이 조치사항을 충실히 이행해야 하고, 1∼3호 조치를 2회 이상 받을 경우에는 가중 조치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필요한 일이라고 간주된다. 그래야 선의에서 마련된 개선방안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개선방안은 공론화 과정을 통해 마련됐다.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쌓은 전문가와 교사들의 의견이 비교적 균형되게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이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서 학교에서 폭력사건을 최소화하고 보다 알차고 보람 있는 교육의 터전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이번 개선안은 지나간 사안에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시 말해 이미 가벼운 학교폭력 행위로 말미암아 경미한 처분을 받았던 학생들의 경우에도 학교생활기록부에서 관련된 기록을 삭제하라는 것이다.
앞으로 학생들에게 ‘주홍글씨’를 남기는 것을 자제하기로 한 마당에 이미 찍힌 ‘주홍글씨’도 지워버리는 것이 온당해 보인다. 교육부에서도 그런 의사를 이미 밝힌 바 있다. 그러니 주저할 것 없다. 기존의 기록을 삭제하는 결단을 신속하게 내려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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