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변해야 한다.” 교육의 위기를 논하는 자리마다 약방의 감초와 같이 빠지지 않는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는, 변화를 가로막는 현실이 너무나 견고하기 때문이다. 혁신의 필요성을 누구나 말하지만, 교실 속의 일상은 여전히 과거의 방식에 묶여 있다. 기득권의 이해(利害)와 제도의 관성이 얽혀 있어, “늘 그렇게 해왔으니까”라는 말이 변화를 멈추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을 포기할 수 없다. 왜냐면 교육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자, 미래를 세우는 희망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한 젊은 교사가 프로젝트형 수업을 시도했다. 학생이 주제를 정하고 탐구해 결과를 발표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반응은 싸늘했다. “입시에도 안 나오는 걸 왜 해?”, “이 학교 애들 수준에 안 맞아.” 교사도 잠시 흔들렸다. 하지만 수업이 끝난 뒤 한 학생이 말했다. “선생님, 진짜 수업이 재미있었어요.” 그 한마디가 교사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비록 작은 시도였지만, 그 수업을 경험한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배웠고, 교사는 ‘교육의 본질’을 다시 떠올렸다. 이처럼 교육의 변화는 한 사람의 용기에서 시작된다.

지방의 한 작은 초등학교는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교사, 학부모, 마을 주민이 함께 나섰다. 아이들이 마을의 생태를 배우는 ‘마을학교 프로젝트’를 만들고, 지역 예술가들과 협력해 ‘작은 예술제’를 열었다. 아이들은 교과서 밖에서 배우고, 어른들은 아이들 속에서 배우기 시작했다. 학교는 다시 살아났다. 교육이란 결국 교실 안의 지식 습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과 마을을 잇는 관계 속에서 자란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교육은 여전히 수많은 벽에 부딪혀 있다. 교사는 행정에 묶여 있고, 학부모는 입시의 불안에 매달려 있다. 교육 당국은 개혁을 말하지만, 현장은 지침과 통제 속에 갇혀 있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이 미래교육의 해법처럼 이야기되지만, 정작 ‘사람’이 빠진 교육은 아무런 힘이 없다. “창의력”을 외치면서 실수나 실패를 용납하지 않고, “미래 인재”를 강조하면서도 아이들이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자율성을 빼앗는 현실. 이것이 우리가 마주한 교육의 딜레마다.

교육선진국인 핀란드나 에스토니아의 교육이 우리와 다른 이유는 제도가 아니라 철학에 있다. 그들은 교사를 신뢰하고, 아이를 존중하며, 학교를 사회의 중심에 둔다. 반면 우리는 여전히 성적으로 아이들을 줄 세우고, 교사를 관리의 대상으로 본다. 진짜 혁신은 정책이 아니라 철학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우리의 교육개혁은 “우리는 어떤 인간을 육성하고 싶은가?” 이 질문에서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여전히 현장에 있다. ‘거꾸로 교실’ 학습법을 실천하는 교사, ‘경쟁’ 대신 협력과 연대를 가르치는 학교, 학생이 직접 운영하는 ‘학생자치 카페’를 만든 학교…. 완벽하지 않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작은 변화와 실천이 모여 용기 있게 남들이 외면하는 길을 묵묵히 그리고 뚜벅뚜벅 걷고 있다.

교육을 살리는 대책은 거창한 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실천을 요구한다. 첫째, 교사의 자율성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교사는 교육의 전문가이며, 변화의 출발점은 교실이다.둘째, 학생의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교육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 세워야 한다. 셋째, 학교를 지역사회와 연결해야 한다. 배움은 학교 담장을 넘어설 때 비로소 살아 있는 경험이 된다. 넷째, 평가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점수 중심의 서열 대신 성장 중심의 평가가 자리 잡아야 한다.

교육의 변화는 타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리다. 그러나 나무의 성장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뿌리가 자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은 바로 그 뿌리의 언어다. 오늘도 깨어있는 교사들은 열정과 헌신과 사랑으로 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선다. 그들의 땀과 믿음이 모여, 우리 교육의 숲에서는 다양한 생명을 키우고 푸르름을 유지하고 있다. 현실의 온갖 어려움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희망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있다. 그것이 교육이라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