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희 (영어 교육 전문가 / 본지 편집위원)

<지난 호에 이어서>

그 친구는 그렇게 나와 같은 발음으로 말하게 되었지만, 주변의 어른들은 달랐다. 유치원의 인도인 선생님은 발음은 특이했지만 만들기를 잘 가르쳐 주셨다. 그 선생님의 발음은 매점의 동양 아주머니와는 또 다른 발음이었다. 집에 가면 스페인어 같은 영어를 하는 이모님이 먹을 것을 챙겨주셨다. 엄마 아빠는 퇴근 후 오셨는데 그렇게 많은 대화를 나눈 건 아니지만, 아기 때부터 책을 읽어주시고는 했다. 생각해 보면 말은 친구들과 TV, 인터넷에서 배운 게 많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의 말투와 발음은 다양했지만 나는 알아들었고 내 발음은 TV 속 주인공과 같았기 때문이다. 독특한 발음을 하는 아시아 부모님을 가진 친구들도 다 좋은 발음인 걸 보면, 그 아이들도 부모님보다는 친구들과 TV나 인터넷에서 발음을 배운 거 같고, 그 친구들은 이제 부모님의 발음을 고쳐주고는 한다. 사실 어릴 때 듣고 쓰는 말은 집과 교실에서 하는 말들이 반복되기에 책이나 영상이 없었다면 회화의 폭이 아주 좁았을 거다.

문법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본다. 어릴 때는 현재진행형을 많이 썼다. ‘뭐 하고 있니?’ ‘~하고 있어요’ 란 표현을 자주 쓰기 때문이다. 그리고 품사를 구분하게 되고 동사의 현재형과 과거형 같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난 과거분사 같은 건 따로 배우지 않았지만 현재완료를 어릴 때부터 잘 써왔다. ‘~ is gone.’ ‘Have you seen~?’ 같은 표현이 현재완료라면, 일상생활에서 과거형보다 현재완료를 더 자주 듣기 때문이다. 한동안 과거형은 모두 ed를 붙이는 줄 알다가 run이 ed 없이 ran이 되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과거형과 과거분사형은 초등학교 때 시험을 자주 보았다.

사실 과거형과 같은 시제는 책을 통해 저절로 알게 되었다. 소설 같은 이야기들은 기본 시제가 과거형이기 때문에 과거진행형, 과거완료도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다. 책에서 단어와 숙어도 많이 배웠다. 사실 부모님이나 선생님보다도 더 많은 어휘를 책을 통해 배웠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는 친구들은 단어도 많이 알고 글도 잘 써서 성적이 좋다. 예전에는 동네 도서관에 가서 엄마나 아빠와 책을 읽은 후, 도서관이 보이는 공원 놀이터에서 노는 게 즐거운 추억이었는데, 요즘은 나도 학교 숙제를 위한 책을 읽는 시간이 더 많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