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대상 영어학원, 규제 필요하지만 신중해야 한다.” “고교학점제 폐지보다 보완해야 한다.” “수능 내신 절대평가는 장기적 과제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20일 최교진 교육부장관이 취임이 처음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내놓은 답변이다.

특별할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張三李四 수준이다. 이재명 정부 첫 교육부 장관의 메시지 치고는 안이한 현실 인식이다. 지금 교육현장은 헝클어질대로 헝클어져 교사도 학생도 학부모도 모두 지쳐있다.

취임 한 달 남짓 지난 탓에 구체적인 정책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진 않았지만 아무런 비전도 방향성도 제시하지 못하는 것에는 실망을 감추기 어렵다.

최 장관 취임 이후 난맥상은 여러 군데서 드러난다. 뜨거운 감자였던 고교학점제는 예정된 브리핑이 돌연 취소되는 헤프닝이 벌어졌다, 국가교육위원회 및 교원단체들과 충분한 협의 없이 발표하려다 제동이 걸렸다고 한다.

돌출발언으로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수능·내신 절대평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가 교육부가 장관 개인 의견이라며 수습에 나서는 촌극을 빚었다. 자신이 지명한 정책보좌관이 중간에 그만두는 일까지 발생했다. 취임하자마자 교육정책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던 전임 이주호 장관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평교사 출신으로 3선 교육감을 지낸 인물이기에 교육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기대에 못 미친다. 우선은 교육부를 장악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여기에는 3선 교육감 경력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생각이 든다. 교육감은 말 그대로 제왕적 권력이다. 막강한 인사권으로 별다른 저항 없이 직원들을 자신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자리다. ‘한번 찍히면 끝’이라는 생각에 직원들은 심지어 ‘독이든 성배’도 마다 않는다.

반면 장관은 다르다. 시킨다고 무조건 따르는 법이 없다. 정책을 모르면 관료들에게 휘둘리고 되치기 당하기 십상이다. 그러니 장관이 주요 정책은 세세하게 파악하고 챙겨야 한다.

교육을 모르는 장관들이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교육부 관료들이 매우 우수하다. 밖에서 보는 것 다르다.” 누군가의 아바타가 되는 순간이다.

최교진 장관이 자리를 굳히기 위해는 정책에 대한 전문성과 정치력을 모두 겸비해야 가능하다. 유치원부터 고등교육까지 쟁점이 되는 현안은 꿰뚫고 있어야 한다. 대통령실에서 회의 할때면 고도의 전문성으로 그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두루뭉술하면 아무런 신뢰도 얻을 수 없다.

아울러 대통령실이건 국회건 정치적 우호세력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전문성에 대한 권위와 정치적 권위를 갖추고 있을 때 비로소 관료들이 따르고 교육부 장관로서 역량도 인정받는다.

다만 장관과 정치권의 관계는 태양과 행성으로 비유될 만큼 고도의 정무적 감각이 요구된다. 너무 가까우면 타 죽고 멀면 얼어 죽는다.

교원단체들과 채무 관계도 당분간은 잊어야 한다. 그가 장관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데에는 특정 교원단체의 힘이 컸다. 그러니 교원단체의 눈치를 보는 것은 인지상정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정서가 일반 국민의 정서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중간에서 어정쩡하게 끼어있다보면 ‘오락가락’ ‘갈팡질팡’이란 단어가 그를 수식어처럼 따라다닐지 모른다.

인사를 서둘러야 한다. 장관이 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데에는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자리가 있다. 자신과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는 장관 비서관, 인사 실무를 총괄하는 운영지원과장, 예산권을 쥔 기획조정실장, 감사관, 그리고 정책보좌관이다.

적어도 이들만큼은 ‘자기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야 속내도 털어놓고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최 장관은 고립무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안쓰럽다. 무기력한 교육부 장관은 교육계 모두의 손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