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학교 교육은 수많은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인공지능(AI)과 첨단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학생들의 학습 방식뿐만 아니라 교사의 역할마저 바꾸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본질이 있다. 바로 아이들을 진정으로 성장시키는 교육 즉, 지식의 습득을 넘어 인간으로서의 성숙과 삶의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이어야 한다.

진정한 성장은 시험 점수나 성적표로는 측정할 수 없다. 그것은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며, 실패를 통해 배우고,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 힘 즉, 공생(共生:win-win)하는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다. 이러한 성장은 단순한 주입식 교육이나 일방적인 지식 전달, 획일적 교육 방식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이는 학교가 ‘가르침’의 공간을 넘어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연습’의 공간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첫째,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하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기존 교육은 선다형 정답을 찾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사회는 정답보다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한다. 왜 이 개념이 중요한지, 어떻게 세상과 연결되는지 스스로 고민하게 할 때, 배움은 비로소 살아 있는 경험이 될 수 있다. 좋은 교사는 잘 가르치는 사람이지만, 훌륭한 교사는 질문을 던지고 사고를 자극하는 안내자라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가 필요하다. 지금의 학교는 여전히 ‘틀리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하지만 아이들은 실수나 실패를 통해 진정한 배움을 얻는다. 실수했을 때 비난이 아닌 격려를 받는다면, 아이들은 도전하고 탐색하는 데 주저하지 않게 된다. 성장은 언제나 불완전함 속에서 피어난다. 교육은 아이들에게 완벽함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힘 즉, 회복력(Resilience)을 길러주는 것이어야 한다.

셋째, 타인과 함께 배우는 경험이 중요하다. 경쟁이 아닌 협력과 연대가 중심이 되는 교육은 아이들의 사회성과 감수성을 키울 수 있다. 이는 오늘날 가장 성공한 교육으로 평가받는 핀란드의 교육 방식이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친구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며 배우는 과정은 교과서 그 이상의 가치를 전달한다. 공동체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이 학교 교육이 진정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넷째, 교사와 학생 간의 진정성 있는 관계가 중요하다. 학생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교사의 태도는 아이들의 자존감을 세워준다. 이는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 그 자체로 대우해야 한다는 칸트의 철학 사상이기도 하다. 단순히 ‘잘하는 아이’를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하는 아이’의 과정을 인정할 때 아이는 자기 존재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된다. 교실은 단순한 지식의 장이 아니라, 존재가 존중받는 배움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다섯째, 아이들이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외부의 기준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가치와 신념에 따라 삶을 설계할 힘, 이것이 진정한 성장이라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교육은 교사나 부모 도움 없이는 스스로 어느 것도 할 줄 모르는 아이를 길러내고 있다. 진정한 성장은 시험과 성적이 아닌, 삶 전체에서 드러난다.

교육은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기계를 다루듯 아이들을 가르칠 수는 없다. 교육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이른바 ‘함께 걷기’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씨앗을 심고 있는 교사 제위에게 말하고 싶다. 선생님의 기다림과 믿음이 아이 한 사람의 삶을 바꾸고, 그 삶이 또 다른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이다. 진정한 성장은 느리지만, 깊고 오래 간다. 따라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교육은 아이들을 서두르게 하는 조바심을 야기하는 교육이 아니라, 그들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천천히, 그러나 단단히 함께 걷는 교육이 되어야 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