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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육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최교진 전 세종시 교육감은 “교육자치의 꽃은 학교 자치”가 되어야 함을 밝혔다. 이는 마치 풀뿌리 민주주의가 지방자치에서 출발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오늘날 학교 경영은 교육부와 교육청으로부터의 자율 즉, 자치에 방향을 두고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상명하복식의 일방적인 전달이나 지시가 아닌 학교 자율로 민주적인 운영을 하고자 하는 일종의 교육 민주화 흐름이라 할 것이다. 이런 경향은 학교 내에게서도 학년별, 학급별로 아래로부터의 자체적인 운영을 적극 도모하고 있다.
“선생님, 이번 학교 축제는 저희가 기획하면 안 될까요?” 중학교 2학년 상훈(가명)이는 반 친구들과 함께 직접 축제를 준비하고 싶다고 말했다. 계획서를 들고 온 아이들의 눈빛은 반짝였고, 교사는 한참을 말없이 웃었다. 그날 교실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바뀌기 시작했다. 요즘 각 학교는 이처럼 아이들이 학교에서 스스로 교육 활동의 주체가 되어 대부분의 행사를 계획에서 실행, 평가에 이르기까지 자체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교육자치의 궁극적 형태는 ‘학교 자치’라 할 것이다. 학교 자치는 단지 학생회 활동이나 교사회의 권한 분산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이들이 배우는 삶의 장에서 ‘민주주의’를 일상으로 경험하는 가장 실질적인 훈련이다. 그리고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가 ‘학교의 주인’임을 자각하는 과정이 되고 있다.

■ 교사에게 자율을, 학생에게 존엄을
학교 자치의 핵심은 권한의 이양이다. 교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교사에게 나누고, 교사와 학부모의 목소리를 학교 운영에 반영하며, 무엇보다 학생에게 발언권을 주는 즉, '의견을 낼 자격'을 부여하는 일이다. 예컨대,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아침 자치회의 시간에 “학교 규칙 바꾸기” 토론이 열린다고 한다. 한 아이가 손을 들고 말한다. “왜 복도에서 뛰면 안 되죠? 이유가 없다면 없어져야 하는 거 아닌가요?” 교사는 웃으며 되묻는다. “그럼 뛰어도 되는 조건을 같이 만들어 볼까요?” 그날 복도에는 ‘천천히 달리기 구역’이 생겼다. 그 학교의 규칙은 어른이 아닌, 아이들이 직접 만든 약속이다. 이처럼 학교 자치는 ‘민주주의 실천의 학교’를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교실은 더 이상 주입의 공간이 아니라, 삶의 실험실이 되고 있다.

■ 진짜 교육자치란?
우리는 흔히 교육자치를 ‘시·도교육청의 권한 이양’이나 ‘지방정부 중심의 예산 운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진짜 교육자치는 ‘가장 가까운 단위’에서부터 꽃피어야 한다. 학급 자치 → 학년 자치 → 학교 자치, 이 위계 구조가 쌓일 때, 비로소 시·도교육청의 자치도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행정의 탈중앙화는 중요하지만, 교사의 수업 자율성과 학생의 참여권이 확보되지 않으면 교육자치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어느 교사가 말했다. “교육자치는 교무실에서 시작되지만, 진짜 꽃은 교실에서 핍니다.”

■ 학교 자치가 꽃필 때, ‘교육의 봄’을 맞이한다
학교 자치는 완벽하지 않다. 시행착오도 많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그 속에는 우리가 꿈꾸는 교육의 본질이 있다.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친구와 다투며 협력하는 법을 배우고,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경험. 이것이 바로 진짜 배움이다. 교육자치의 꽃은 학교 자치, 그리고 학교 자치의 중심에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있다.
이제 우리 교육은 ‘말 잘 듣는 학생’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시민’을 길러야 한다. 그 시작은, 아이들이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친구와 갈등을 조정하며, 학교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꽃은 먼 곳에서 피지 않는다. 우리 교실, 우리 학교, 그 안의 작은 목소리에서 피어난다. 학교 자치, 그 꽃이 활짝 피는 날, 우리는 진짜 ‘교육의 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