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시영(위티즈 미디어랩 대표/ 대경대학교 연기예술과 겸임교수)
AI 시대, 청소년 미디어 리터러시의 현재와 미래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스마트폰과 SNS 확산 정도로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생성형 AI가 기사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영상을 편집하는 시대다. 청소년들이 매일 소비하는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에는 이미 AI로 제작된 콘텐츠가 대거 포함되어 있다. 흥미롭고 창의적으로 보이지만 그 속에는 진위를 가리기 힘든 정보, 조작된 이미지, 과도한 자극이 뒤섞여 있다.
필자는 연평균 300회 이상 초·중·고등학교에서 미디어 강의를 하면서 이러한 변화를 현장에서 마주한다. 놀라운 것은 초등학생들조차 챗GPT를 이미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사용을 금지하지만 아이들은 숙제, 글쓰기, 대화놀이까지도 AI에 의존한다. 문제는 학습 과정이 ‘정답 얻기’로 변질되고, AI의 결과물을 마치 자신이 만들어 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글쓰기와 주체적 문제 해결 능력이 저하된다는 것. 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용 방식’과 ‘교육 방향’의 문제다.
생성형 AI와 정보 신뢰성의 문제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생산하지만, 그 안에 오류나 편향이 포함될 수 있다. 가짜 뉴스나 딥페이크 영상은 점점 정교해져 육안으로 진위를 구별하기 어렵다. 청소년들이 이런 콘텐츠를 무비판적으로 소비하면 잘못된 정보가 사실처럼 굳어진다. 필자가 운영하는 ‘위티즈’ 미디어랩의 수업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짜 뉴스 찾기 게임’을 진행한다. 뉴스 제목과 내용, 이미지를 제시하고 학생들이 근거를 찾아 토론하며 사실 여부를 판별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출처 검증 습관과 비판적 사고력을 함께 키운다. AI가 만든 정보를 단순 소비하지 않고, 질문하고 확인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 핵심이다.
청소년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의 현주소
현장에서 청소년들을 보면, 영상 제작이나 SNS 활용에는 능숙하지만 그 속 정보의 신뢰성을 평가하거나 사회적 영향을 분석하는 능력은 매우 부족하다. 초등학생의 경우 ‘검색=정답’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중·고등학생도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깊게 인식하는 경우는 드물다. 필자는 강의에서 이를 깨닫게 하기 위해 유튜브 알고리즘 실험을 진행한다. 시청 패턴을 바꾸면 추천 영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직접 확인하게 함으로써 콘텐츠 소비가 플랫폼 구조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한다.
AI를 활용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가능성
AI를 무조건 금지하거나 배척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오히려 AI를 활용해 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필자는 AI 숏츠 제작, AI CM송 만들기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환경 보호 메시지를 주제로 AI가 만든 가사와 멜로디를 학생들이 직접 수정하는 수업을 진행했다. AI가 제안한 일부 표현은 사실과 다르거나 과도했는데 학생들이 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AI를 바로잡는 사용자’가 되는 경험을 했다. 이렇게 제작과 비판을 결합하면 AI의 위험성과 가능성을 동시에 체득할 수 있다.
학교·지역사회·가정이 함께 만드는 안전한 미디어 생태계
미디어 리터러시는 학교 교육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지역사회와 가정의 연계가 필요하다. 학부모 교육을 통해 AI 시대의 미디어 환경을 이해시키고, 가정에서도 비판적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지역사회는 청소년이 안전하게 미디어를 경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필자는 학교뿐 아니라 청소년센터, 지역아동센터, 문화의 집 등과 협력해 교육을 확장해왔다. 악플의 위험성을 다룬 후 ‘선플 달기 캠페인’을 실제 온라인에서 진행하는 등 교육이 현실 행동으로 이어지게 했다. 이러한 협력 모델은 청소년이 단순한 기술 소비자가 아니라 윤리와 창의성을 갖춘 ‘미디어 시민’으로 성장하는 토대가 된다.
AI 시대의 청소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정보의 진위를 가리는 눈, 올바르게 활용하는 태도, 책임 있는 생산자의 의식이 중요해진다. 학교, 지역사회, 가정이 함께 나서야 하고, 교육은 단순한 ‘기기 사용법’을 넘어 ‘AI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현장에서 확인한 사실은 분명하다. 청소년은 AI를 두려워할 필요도 무조건 숭배할 필요도 없다. 필요한 것은 AI를 이해하고, 스스로의 가치관과 윤리를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는 힘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미래를 살아갈 세대에게 반드시 길러줘야 할 역량이다.
편집자 주. 본 칼럼은 25.08.13 투데이신문에 게재된 기사를 저자인 정시영(위티즈 미디어랩 대표)의 허가 하에 게재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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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8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