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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 같은 일반고 출신은 서울대에 꿈도 못 꾸나요?” 몇 해 전, 필자가 근무한 도시 변두리의 한 일반고 고3이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눈빛이 초롱초롱한 학생이 다가와 묻기에 다소 당황이 되었고 순간 주저했다. 마음 같아선 “무슨 소리야, 열심히 하면 당연히 너도 갈 수 있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당시 현실은 교육이 공정하다는 믿음이 흔들릴 때, 우리는 아이들의 꿈에 어떤 답을 해줄 수 있을까 많이 흔들렸음을 고백한다.
최근 서울대 입학생 중 특목고, 자사고 출신이 과반을 넘는다는 통계가 다시금 우리 사회를 더욱 압도하고 있다. 대입은 여전히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 여겨지지만, 그 사다리는 이미 많은 이들에게 기울어져 있다. 자사고, 특목고, 영재고 등등 고등학교의 종류가 곧 계급이 되고, 교육의 출발선이 아니라 종착지를 결정짓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특목고, 자사고 학생들이 서울대에 많이 진학하는 것이 그들의 잘못은 아니다. 그들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학했고, 그 안에서도 또 한 번의 경쟁을 거쳐 최고의 대학으로 향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그 경쟁이 과연 모두에게 공정했는지 묻고 싶을 뿐이다.
서울 강남의 A고등학교는 매년 서울대 합격자를 줄줄이 배출한다. 이 학교의 교실에는 입시 컨설턴트가 상주하고, 학생들은 중학교 때부터 대학별 논술 문제를 푸는 데 익숙하다. 반면, 전남의 한 시골 고등학교에서는 학생 대부분이 수능보다 알바 시간표에 더 익숙하다. 고3 담임교사 한 명이 진학, 취업, 생활지도까지 도맡는다. 그곳에도 서울대를 꿈꾸는 아이가 있지만, 그는 서울대 면접과 수시 서류는 학원의 도움이 결정적인 현실을 고3이 되어 처음 알게 된다.
이 불균형은 단순히 교육 자원의 차이가 아니다. 아이들에게 “너는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권리마저도 학교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 그것이 바로 문제다. 특목고·자사고가 서울대 입시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는 것은, 결국 ‘기회의 집중’이 얼마나 심화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징표라 할 수 있다.
교육은 본디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출발선은 다를지라도, 노력하면 도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교육의 존재 이유다. 그러나 지금의 입시제도는 오히려 ‘선별의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부모의 정보력, 사교육비, 지역 인프라가 결과를 좌우하는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불공정하다 아니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대학은 학생의 ‘기회’를 평가해야 한다. 같은 성적이라도, 열악한 환경에서 쌓아 올린 결과는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이를 위해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지역·계층 다양성 지표를 더 정교하게 설계하고, 대학 역시 이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
둘째, 일반고 교육을 실질적으로 대폭 지원해야 한다. 단순한 예산 배분이 아니라, 진학 지도 인력의 확충과 교사들의 행정 업무 감축, 대학과의 협력 프로그램이 더욱 필요하다. 아이들에게도 “우리 학교에서도 할 수 있다”라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셋째, 교육정책은 ‘공정한 기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중요한 건 제도의 존재가 아니라, 그 제도가 누구를 위하느냐이다. 서울대에 가는 아이들의 숫자보다, 서울대를 꿈꿀 수 있는 아이들의 숫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어야 한다. 교육은 경쟁이 아니라, 함께 오르는 사다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앞서 그 학생에게 필자는 결국 이렇게 말했다. “물론 너도 갈 수 있어. 그런데 네가 혼자 가는 고된 길이 되지 않도록, 어른들이 길을 더 넓혀야지. 그게 우리 어른들이 할 일이야.” 이제, 그 어른으로 해야 할 역할을 외면하지 말아야 할 때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아이들의 꿈 앞에서 과연 어떤 모습인가? 그 질문에, 조금이라도 떳떳하게 대답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결국, 그 학생은 당시 고3 지도교사들의 헌신으로 그 학교 역사상 처음으로 서울대에 진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