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교육 칼럼니스트, 전 인천 산곡남중 교장)
교육은 학교에서 끝나지 않는다
‘삶의 힘’과 무관한 교육과정
우리의 학교는 삶에서 꼭 필요한 것들을 가르치고 있는가? 우리는 왜 학교가 아닌 학교 밖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필수적인 것들을 별도로 배우고 익혀야 할까? 학교는 삶과 괴리된 채 그저 문제 풀이만을 반복하고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입시공부에만 치중하며 졸업장을 받는 것으로 끝나는 것인가? 그런 교육을 받고서 우리가 물에 빠졌을 때 과연 대학 졸업장이 살려줄 수 있는가? 답답한 마음은 더욱 우리가 학교 밖으로 눈을 돌리게 만든다.
그뿐이랴. 말로는 교육의 목표가 ‘민주시민 육성’이라 부르짖고 교과서로 민주주의를 가르치지만, 학교 문화는 경직되고 비민주적이며 시민교육은 미진하다. ‘인권’ 수업을 하면서 정작 학생을 짓누르는 것은 아닌가? 그렇게 12년~15년을 학교 교육을 받아도 사회적응에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 및 기술, 예절 등에 대해서는 각자의 몫으로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 이른바 ‘삶의 힘’과 무관한 교육과정을 학교에서는 거의 관행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육이 학교에서 끝나지 않는 보다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지식과 기술은 지속해서 변화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고 특히 기술과 산업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특히나 디지털 대 문명은 인공지능(AI)과 로봇, 첨단 과학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에서 배운 내용만으로는 변화하는 사회에 적절하게 적응할 수 없기에 합당한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하다. 그래서 현대는 ‘평생학습’시대라 한다.
둘째, 학교 교육은 기초에 지나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주로 기초적인 지식과 사고 방법, 사회성 등을 배운다. 이후 실제의 삶에서는 직장 생활, 인간관계, 자녀 양육, 재정 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배움이 필요하다. 이를 게을리하거나 소홀히 하면 갈수록 정체되거나 후퇴하는 삶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셋째, 성장과 자아실현의 욕구가 작동한다. 사람은 누구나 더 나은 자신이 되기를 바란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자신을 성장, 발전시키는 과정은 삶의 의미와 만족을 높여준다. 오늘날 한국의 일부 최고 엘리트들이 지속적인 학습을 멈춘 상태에서 그들이 사회에 미치는 모든 부정적 파장은 ‘공부 머리’가 ‘일머리’로 연계해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습이 멈춘 결과다.
넷째, 문제 해결 능력은 경험과 학습을 통해 강화된다. 삶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는 단순한 5지 선다형의 시험 문제가 아니라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것들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경험과 학습, 이에 대한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다섯째, 학습의 기회는 일상 속에 있다. 여행, 독서, 대화, 실패, 취미 활동 등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즉, 학교 밖에서의 활동과 경험이 하나의 교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오히려 실제 교실 속의 답답한 반복 학습보다 훨씬 효과가 크다. 미국의 교육학자 존 듀이(John Dewey)의 실용주의 교육관은 이를 방증하는 하나의 강력한 교육관이라 할 것이다. 그는 “1g의 경험이 1t의 지식보다 낫다”라고 주장하며 부단한 경험 축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이론 위주의 학습에 경종을 울리며 지속적인 경험의 중요성을 돌아보게 한다.
학교에서의 지식 습득은 시작에 불과
결국, 교육은 청소년기에 교실에서 습득한 지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님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즉, 지식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이고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며 계속해서 재구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은 한때의 삶의 준비 과정에서의 학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삶 속에서 연마해야 한다. 결국, 이는 교육이 단지 교과서나 교실 안의 내용에 국한되지 않으며, 변화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평생의 여정이자 경험이라 하는 것과 같다. 여기에 학교는 그 시작일 뿐이지 결코 끝이 아님을 우리는 학생들에게 교육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