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고색중학교(교장 이재준, 사진)에서는 23년부터 일본과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어 과목 담당인 정태봉 교사의 지도하에 학생들은 일본어 실력을 쌓으며 다양한 배움의 기회로 동기와 자신감을 기르고 있다. 지난달 열린 전국 학생 일본어 연극대회에서는 성장의 결실도 얻었다. 작은 공간도 학생을 우선으로 생각한 배려가 묻어있는 정돈된 분위기의 고색중학교에서, 소신 있는 이재준 교장(이하 이)과 조용한 열정의 정태봉 교사(이하 정)를 만났다.

▲본교에 대한 전반적인(철학, 정책, 교장 선생님의 이념 등) 소개

이:안녕하세요. 고색중은 1999년에 개교하여 현재 261명의 학생이 즐겁게 배우며, 존중하고 함께 성장하는 학교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고색중에 다니는 학생들이 3년 동안 즐겁게 배우면서 서로 존중하고 성장하는 민주시민으로 자라나길 바랍니다. 학교생활에서 학생들이 합의된 규정을 잘 지킴으로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감각을 기르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자제하면서 민주성을 배워가길 바랍니다. 교육이 나눌 수 있는 배움이 되도록, 고색중학교는 학생들이 나누고 성장하며 생각의 근육을 키우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 일본과 교류를 시작하게 된 배경과 3년 동안 교류가 어떻게 발전하였는지?

정:처음 교류는 대학 때 만난 일본인 친구에게 고베 한국교육원의 교류담당 선생님을 소개받고 나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기관 중재로 일본 히메지시의 시카마 중부중학교 교장님을 알게 되었고 서로 뜻이 맞아 이전 학교에서 교류 했었습니다. 그러다 지금의 학교로 부임하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이재준 교장님께서 흔쾌히 허락해 주시고 학교 측에서도 허용적 환경을 만들어주셔서 교류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먼저 1학기에는 회화와 글쓰기를 통해 학생들이 일본을 접하게 했고 2학기에는 그동안 배운 것을 토대로 화상 수업으로 일본의 또래들을 직접 만나 소통을 나누도록 지도했습니다. 화상 만남 후에는 일본 학교에서 저희에게 직접 쓴 손편지를 보내고 저희는 답장을 쓰는 활동으로 인연을 계속 이어나갔습니다. 또 정규 수업 외에도 방과 후 저녁 시간에 신청자를 받아 고베 한국교육원 소속의 다양한 연령층의 일본인과 화상으로 교류할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올해 장학사님의 권유로 규모를 넓혀 주변의 학교 학생들까지 모아 수원 이음공유학교에 한일언어문화교류반을 열어 함께 언어와 문화를 나누도록 하였습니다.

▲지난 9월 6일 출전한 전국 학생 일본어 연극대회 전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학생들은 어떤 변화나 성장이 있었는지?

정:학생들에게 일본어와 관련한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광고지도 만들고 대회의 장점을 적극 어필해 참가 학생을 모았습니다. 남자 한 팀, 여자 한 팀이 모였는데 사정으로 여자팀 네 명이 남아 끝까지 대회를 완주했습니다.

대부분 과정마다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하게끔 지도했습니다. 아이들은 귀신과 학폭을 소재로 재미있는 대본을 직접 창작하고 소품도 주도적으로 준비했습니다. 연습은 주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대회 참여로 여러 방면에서 아이들의 성장과 발전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일본어 실력뿐 아니라 태도나 자신감 등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처음 연습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아이들이 많이 수줍어했습니다. 하지만 점차 조금씩 목소리에 자신감도 붙고 적극적으로 임했습니다. 예선 통과 후 본선 대회 당일에는 다들 처음 나가는 대회라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대회에 저희보다 더 준비가 잘됐거나 일본어에 능숙한 팀들이 많았지만, 아이들은 주눅 들지 않고 끝까지 무대를 잘 마쳤습니다. 대회 후 아이들은 스스로 개선점을 찾는가 하면, 스텝이었던 친구는 내년에는 연기에 도전하겠다고 했습니다. 출전 경험만으로도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 듯합니다.

▲ 교류나 대회 등 진행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혹은 좋았던 점은?

정:어려움보다 좋은 경험이 더 많았습니다. 처음 아이들은 다른 나라와 교류를 한다는 것에 대해 크고 작은 부담을 느끼고 어색해했습니다. 시큰둥한 반응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통 시간이 늘면서 아이들은 일본 친구들 앞에서 연습한 내용을 표현하는 것을 점점 즐기게 되었습니다. 교류를 통해 일본 문화와 역사뿐 아니라, 우리 문화를 소개하며 서로의 관심사를 확장하기도 했습니다.

또 일본의 친구들이 보낸 정성 어린 손때묻은 편지를 받아 답장을 쓸 때 학생들 역시 스티커나 글씨 등에서 정성을 보이며 교감을 나누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국가, 언어, 문화를 넘어 서로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에서 아이들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밖에도 교내에서 J-POP 노래 발표회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처음엔 부끄러워하던 아이들도 “외국어라서 틀려도 괜찮다”는 격려에 힘입어 용기를 냈고, 결국 무대에서 멋지게 해내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교류 프로그램을 체험한 3학년 학생들이 복도에서 다음 행사에 대해 먼저 묻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의 변화를 확인하고 제 일에 대한 긍정적인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나 하고 싶은 말

정:지금처럼 계속 일본과 교류를 이어갈 생각입니다. 학생들이 일본어와 문화 교류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수원시청과 같은 지역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학습과 경험을 확장할 계획이니 많은 관심으로 고색중학교 학생들의 성장을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사진(위). 제 18회 전국 학생 일본어 연극대회에 참가한 고색중 학생들
▼사진(가운데).한일 온라인 교류 수업에서 수원 화성행궁을 소개하는 모습
▼사진(아래).시카마 중부중학교와 온라인으로 교류 중인 학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