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들이 휴·폐원 등 집단행동은 하지 않기로 했다. 따라서 휴폐업 대란은 일단 피했다. 그러나 정부와 개별 유치원들이 정부의 강경대응에 승복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지난달 30일 11시부터 오후 4시 40분께까지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토론회’를 열고 집단 휴원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토론회에는 5000여 명이 정부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검은색 옷을 입고 참석했다.

비공개로 열린 이날 대토론회에서 박세규 한유총 고문변호사, 김정호 연세대 교수, 이학춘 동아대 교수가 발제를 맡았으며, 이후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한유총은 토론회에서 미래지향적 정책대안을 제시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데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런 입장은 지난달 29일 한유총 비대위가 국회 국정감사 출석을 앞두고 유아교육 개혁에 백의종군으로 임하겠다고 밝힌 입장의 연장선상이다.

비대위 측은 이날 입장문에서 “스스로 정치권이나 정부가 요구하는 것보다 더 높은 도덕성으로 재탄생하겠다”며 “대한민국 유아교육 개혁에 교육자적 양심으로 백의종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유총은 그러나 사립유치원의 사적 재산권 보장도 촉구했다. 국민과 학부모가 공감하고 인정할 수 있는 범위와 수준에서 재산권이 보장되면 기준이 명확해지고 투명한 운영이 강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교육당국과 사립유치원, 교육전문가가 모인 정책간담회를 열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한유총은 “지난 120년 동안 대한민국의 유아교육 현장의 한 축을 담당하던 사립유치원들이 비리의 주범으로 내몰렸다”며 비리유치원 사태의 원인을 정부 측으로 돌렸다.

30일 토론회에서도 정부정책에 맞서 집단행동에 대한 요구도 많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한유총 비상대책위원회는 그같은 과격한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

한유총이 과거와 달리 이번에 다소 ‘온건한’ 결정을 내린 것은 정부가 전방위 압박을 가하자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치원·어린이집 공공성 강화 관련 관계장관 간담회를 열고 이런 입장을 재차 천명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일재 행정안전부 정부혁신조직실장, 이은항 국세청 차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이 정부의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까지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한유총이 집단행동을 포기함에 따라 외관상 사태는 진정된 듯 보이지만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 한유총의 공식입장과 달리 개별 유치원들이 폐원이나 휴업 등을 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들이 정부 정책을 흔쾌히 수용하지는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1일 현재 전국에서 6개 사립유치원이 폐원신청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12곳은 신청서를 내지는 않았지만 학부모에게 폐원 안내를 했고, 1개 유치원은 모집중단 안내를 보냈다.

300여명의 원아가 다니는 충북의 한 유치원은 폐원신청 후 학부모 설명회까지 열었다. 정부의 대응 여하에 따라서는 앞으로 이런 유치원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사립유치원 비리에 대한 정부 대응과 정책들의 성공여부는 앞으로 유치원들의 개별적인 폐원 휴업 여부에 달려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