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을 다시 준비하는 이른바 ‘N수생’이 해마다 증가하는 가운데, 수능 중심 정시 확대와 의대 정원 증원이 이 현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최근 발간한 ‘KEDI 브리프’에서 “정시 40% 이상 확대와 문·이과 통합형 수능 도입이 N수 증가의 핵심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개발원은 지난 2021~2023년간 ‘한국교육종단연구2013’ 패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N수생 비중이 2023년 이후 수능 응시자의 30%를 넘었다고 밝혔다. 고3 재학생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정시 확대에 따른 재도전 수요가 증가하면서 졸업생 응시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실제로 2021학년도 대학 입학생 중 10.8%가 휴학이나 자퇴를 선택했으며, 이 중 40.5%는 ‘재수 준비’를 이유로 들었다. 합격한 대학이나 학과에 만족하지 못해 재수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 주요 대학과 의치한약수(의약계열) 진학을 노리는 N수생이 많았으며, 이는 정시 확대와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이후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N수 선택에는 가정 배경도 큰 영향을 미쳤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SES)가 높을수록 N수 비율과 사교육 참여율이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 반면 SES가 낮은 학생은 비수도권 대학이나 전문대에 진학하는 비율이 높았고, 사교육 접근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사실상 ‘수능 정시 중심 체제’가 대도시 고소득층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정시 중심 입시제도가 ‘기회의 평등’보다는 ‘결과의 불균형’을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수능은 상대평가 체제로, 등급별로 커트라인이 정해지는 만큼 ‘1점 경쟁’이 불가피하고, 이는 곧 사교육 과열로 이어진다. KEDI는 “수능을 자격고사화하고, 수시전형의 다양성과 성장 가능성 평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입시 정책 변화만으로는 N수 과열 현상을 완화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보고서는 “양질의 일자리 확충, 임금격차 완화 등 노동시장 구조 개편과 함께, 학벌주의와 물질주의에 대한 사회적 성찰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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